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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놀이에 가장 알맞은 시간대는 폐점 직전이다. 각종 신선제품들이 떨이 가격으로 소비자의 손을 기다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미쿡산 연어 두 팩을 한 팩 가격에 구입했다. 최근 연어 섭취량이 늘었다. 입맛은 변한다지만, 전생에 곰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내 입이 연어를 갈망한다. 요리법? 별 거 없다.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 뒤 10여 분 정도 재워둔 연어를 후라이팬 위에서 알맞게 구우면 그만이다. 화이트소스? 하나 사길 권한다. 소스까지 만든다고 고생하지 말고. 새벽 4시. 5시간 전에 구매한 연어 한 팩을 야식으로 먹기 좋은 시간대다. 분명히 내 전생은 곰이었을 게다. 연어살을 입에 베어물었더니 두산베어스의 팀 순위가 떠올랐다. 참 쓸쓸한 가을밤이다.
그래, 무슨 지원사업 공모 신청한다고 사무실 직원 모두가 각자 지원서 작성에 열을 올릴 때였지. 파티션 위로 담배 연기가 올라가도 그 누구도 모니터에만 열중하느라 아무 말도 꺼내지 않을 때였어. 오로지 자판 두드리는 소리와 관련 자료 넘기는 소리만이 요동치던 그 때. 말 그대로 초치기였지. 제출 마감 시간을 세 시간 정도 남겨둔 상황이라 모두 경황이 없었지. 그때 그 사무실에 정전이 발생한 거야. 입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어. 평상시에는 쌩쌩 들어오던 전기가 하필 초치기 상황에서 나가버린 거야. 패닉이었지. 컴퓨터 모니터가 깜빡하며 빛을 잃어버린 순간, 모든 직원이 짧은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어.
훗. 물론 정전사태는 짧게나마 20분 내로 원상복구됐지. 작성하던 서류는? 그런 상황에서 사람은 초인이 되곤 하지. 마감 시간 30분을 남겨둔 상황, 서류 제출처로 달려가는 건 내 몫이었지. 실장님이 지갑에서 돈 만원을 꺼내주며 택시를 이용하라 하더군. 잔돈은 오뎅 사먹어도 되나요?, 라고 되물었다간 영영 사무실로 되돌아올 수 없을 분위기였지. 그리고 난 정확히 시간 내에 마감 장소에 도착해 서류 접수를 마칠 수 있었지.
정전. 또 누군가는 패닉에 빠져 있겠지. 또 다른 누군가는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고, 누군가는 겉으론 당황하며 속으론 즐거워하고 있을지도 몰라. 뭐, 어때. 즐기자고. 엘리베이터에 갖히거나 생명에 위험이 생길 정도가 아니라면, 현대사회가 가져다 준 ‘서프라이즈 파티’ 정도라고 생각하자. 앗, 수족관의 물고기를 걱정할 횟집 사장님들은 근심에 빠졌겠구나. -_-;;;;;;